민속
- 안동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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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포 길쌈금기
- 이름 : 안동포 길쌈금기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는 속담이 있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삼을 닮아 곧게 자란다'는 뜻인데, 그만큼 삼밭의 환경이 좋다는 의미이다. 속담에서 확인되듯, 사람들은 좋은 삼베를 내기 위해 삼밭을 좋은 환경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삼밭의 금기 중 ‘오줌싸면 부정탄다'는 금기가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삼밭에서 오줌을 누는 것을 막기 위해 삼밭 주인이 퍼뜨린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생리하는 여자가 삼밭에서 오줌을 누면 부정을 타서 삼베에 색을 낼 때 색이 ‘얼룽들룽' 해진다고 믿는다.
삼베를 짜는 시기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나 일진이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말복이 지나면 볕이 약해져서 쪄낸 삼을 말리는 것을 끝내야하며, 베를 맬 때 날씨가 추우면 베가 오그라들기 때문에 아주 추울 때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또 하지가 지나거나 비가 오면 습기가 차서 삼이 처지고 끈적하므로 베를 짤 수 없었다. 베를 짜서 색을 낼 때 작업하는 사람이 상가집에 다녀오거나, 어린애 낳는 것을 보거나, 짐승잡는 것을 보게 되면 삼베의 색이 얼룩덜룩해진다고 믿었다. 상주가 들어와도 부정을 타므로, 상주를 ‘험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색을 내는 작업은 반드시 손 없는 날 하였다.
삼을 베어 찌는 과정에서 삼굿 가까이에 초상난 사람, 아기 낳은 사람, 생리하는 사람, 초상집에 갔던 사람들이 출입하면 부정을 탄다고 한다. 부정을 타면 삼이 군데군데 새파랗게 익는다고 한다. 이렇듯 예전에는 삼을 재배하는 삼밭에서부터 마지막 단계인 색을 내는 작업까지 금기를 지켰으며 부정을 타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좋은 삼베를 내기 위해서는 길쌈하는 사람의 정성과 솜씨도 중요하지만 이면에는 금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신심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지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나름대로의 금기가 지켜지고 있다.